고령 5일장 날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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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엄마 손에 이끌려 자주 시장에 갔던 기억이 떠오른다.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없었던 그때, 시장에 가는 이유는 단 하나, 바로 주전부리나 먹을 기회를 기대했기 때문이다. 고기 굽는 냄새가 퍼져 나오는 시장 한편에서 가족이 함께 즐기는 모습을 보면, 그때의 추억이 저절로 떠오른다. 이제는 몸이 불편하신 어머니를 모시고 다시 시장에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경북 고령은 한때 가야연맹의 중심지였던 대가야국의 옛 수도로, 그 역사적 중요성 덕분에 문화와 예술이 번성했던 곳이다. 지금도 대가야 왕들의 무덤인 지산동 고분군이 남아 있어 과거의 영광을 엿볼 수 있다. 고령에는 유일한 등록시장인 대가야 시장이 있다. 이 시장은 매달 4일과 9일에 열리는 정기시장이며, 그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색이 있다.
이 시장 초입에서 대장간을 발견했다. 대장간이라고 하니 신기했다. 대가야는 철기문화로 유명한 곳으로, 농기구나 무기 등을 철로 만들며 높은 기술력을 자랑했던 지역이었다. 현대에 들어서도 대가야의 철기문화는 이어지고 있다. 20년째 대장간을 운영하고 있는 이준희(50) 대표는 "쇠를 녹여 농기구를 만드는 일은 힘도 들고 위험하지만, 이 일을 3대째 이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가 만든 농기구들은 튼튼하고 오래 쓰여 품질을 중시하는 이들에겐 필수적인 선택이 된다.
고령시장의 매력 중 하나는 바로 ‘뒷고기’로 유명한 고기구이 집이다. 그곳에서는 삼겹살이나 목살과 같은 고급 부위가 아닌, 상품성이 떨어지는 부위들을 모아 ‘뒷고기’라는 이름으로 판매한다. 이 뒷고기들은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시장에서 불판 위에서 고기를 구워내는 모습은 고향의 따뜻한 정취를 그대로 느낄 수 있게 해준다.
고령에서 특히 유명한 것은 ‘수구레국밥’이다. 고령 원조 수구레국밥집은 1953년부터 가업을 이어온 곳으로, 40년 넘게 이어져 온 전통의 맛을 자랑한다. 수구레는 소의 가죽과 살 사이의 특수부위로, 예전에는 저렴한 부위였지만 이제는 구하기 어려운 귀한 재료가 되었다. 고령의 수구레국밥은 그 맛과 역사적 의미를 더해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또한, 고령시장의 다른 특이한 점은 ‘솥뚜껑’이라는 고기 구이용 불판을 판매하는 가게가 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시골에서 가마솥 뚜껑을 고기 구이용으로 사용하는 일이 많지만, 시장에서 솥뚜껑 불판을 따로 판매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그야말로 기발하고 현대적인 아이템이라 할 수 있다.
고령의 5일장은 그저 옛날의 추억을 팔고 있는 시장이 아니다. 최신 트렌드와 감각을 담고 있으며, 여전히 사람들에게 다양한 추억과 경험을 선사하는 특별한 장소로 자리 잡고 있다.